
오늘은 내가 나에게 선물한 하루였다.
평소처럼 출근과 집, 그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2시간 넘는 장거리 운전을 했다.
목적지는 DMV.
운전면허증에 잘못 기재된 이름의 스펠링을 바로잡기 위한 여정이었다.
며칠 전 그 오류를 발견한 순간, 바로 DMV로 뛰쳐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하루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금 가는 게 맞을까? 어떤 순서로 해야 할까?”
그 질문을 던졌던 덕분에, 나는 Real ID 발급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 때조차 순서를 지킨다.
어떤 재료는 먼저 넣고, 어떤 양념은 나중에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그런데 왜, 그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선택 앞에서는 그 순서를 무시하고,
생각 없이 덤비는 걸까?
오늘 나는 다시 한번 배운다.
서두르지 않고, 순서를 따르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나를 다시 같은 자리에서 시작 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그리고 오늘, 그 준비 덕분인지 믿기 어려울 만큼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DMV 직원들은 예전과 달리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오늘은 친절했고,
처리 과정은 착착, 거짓말처럼 매끄러웠다.
솔직히, 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혹시 DMV 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지난 5년 간 어떻게 스펠링 잘못된 걸 모르고 있었느냐고, 추궁하지 않을까 .만약 그런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준비를 했었다.
좋은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집으로 가려고 차 핸들을 잡는 순간,
“이왕이면 배기 검사까지 해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물론 아직 기간은 50일 가까이 남아 있지만 오늘은 왠지 뭐든지
다 잘될 것 같은 생각에 들른 검사소에서는
문을 닫아놓았던 한 쪽 라인이
내가 도착하자마자
“이쪽으로 오세요” 하며 열렸다.
그렇게 줄도 서지 않고 검사를 마쳤고,
“패스! 내년에 또 뵙죠.”라는 말까지 들으며 마무리.
이런 일은 내 미국 40년 가까운 삶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분은 날아갈 것 같고, 몸은 오래간만에 피곤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 하루는 내 인생에 남을 날이다.
바로잡아야 할 걸 바로잡고, 급하게 달려가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었던 완벽한 하루.
나는 오늘 다시 한 번 배웠다.
서두르지 않으면, 인생은 꼭 맞는 타이밍에 문을 열어준다.
“이름 스펠링 정정부터 Real ID 발급, 배기 검사까지. 준비된 하루가 가져다 준 기적 같은 미국 DMV 체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