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부터 먹을거 달라고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새끼 새
한 밤의 방문자, 아직 눈도 뜨지 못한 털도 없는 생명이 내게로 왔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새 살리기
오늘은 사모님께서 맛있는 상추 모종을 2개 건네주었다. 몸은 피곤하였지만 상추 모종을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화분에 옮겨 심기 위하여
바깥 화분 가지러 나가던 길에 뭔가가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엔 큰 벌레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세상에, 손가락만 한 새끼 새였다. 털도 하나 없이 핏기 없는 몸, 눈도 뜨지 못한 채 입만 벌리고 있었다.
정말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정 아래 작은 구멍속에 지어져 있는 새의 둥지에서 어떻게 떨어진 것일까?
그러나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때가 아니었다.이미 아기새의 체온은 땅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얘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핫팩도 없는 집에서 난 미니 컴퓨터의 따뜻한 열기를 이용해 둥지를 만들기 시작.
그릇 위에 조금 더 작은 그릇에 부드러운 천을 깔고 아랫 그릇은 따뜻한 물을 담아 물침대 처럼 놓고, 부드러운 옷감을 안에 말아 ‘기적이’를 감싸주었다.
그 밤, 창밖에선 바람이 휘몰아쳤고 어미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기적이는 나의 품으로, 운명처럼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나는 일하다가 지친 피곤한 몸도 잊어버리고 가련하고 여린 생명을 어떻게 돌봐줘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
어느듯, 시간은 새벽 한시를 향하여 가고 있다. 어린 새는 기력을 조금 차렸는지 조그만 소리에도 입을 딱 벌리고 먹을 것을 달라며 성화를 부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참으로 기가 막혔다. 이밤 어디 가서 이 아이가 먹을 것은 찾는단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어린 새끼 새는 무엇을 먹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라고 소리치는 새끼 새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없어서 생각한 끝에 다시 밖으로 나가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 화분을 들어보았다.
마침 잠자던 조그마한 벌레 한 마리가 놀라서 달아나지도 못하고 굳어 있기에 미안, 한마디 남기고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것을 달라고 요동치고 있는 새끼새의 입 가까이 가져갔다. 정말 그야말로 번개처럼 삼켜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 그 모습을 멍 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제는 무엇을 준단 말인가 고심 하기를 잠시 또다시 밖으로 나갔다.
화분을 다 뒤져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서려는데 문 앞에 있는 차코 그릴 앞으로 기어가고 있는 벌레 마리.
다음날 아침 아직도 살아있으려나 하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살며시 보자기를 들어보았다.여전히, 새끼새는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빠른 동작으로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새벽부터 먹을 것 달라고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새끼 새.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나는 털도 나지 않은 새끼새 보호자가 되었다.
3일 후면 분명히 눈을 뜨고 나를 보게 될 것이라 한다. 이 아이가 처음 본 상대가 엄마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 밤의 방문자, 털도 없는 생명이 내게로 왔다. 내 첫 아이를 품에 안았던 그날처럼 밤을 새고, 들여다 보며,
이 어린 생명을 위하여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기 시작 했다. 과연 이 아이를 내가 돌볼 수 있을까?